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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칼럼

설날과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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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과 뻥튀기

설날 명절이 가까이 있습니다. 참으로 설레던 시골어린시설의 설날이 그립습니다.
시골 어르신들은 꽤 일찍부터 설 명절을 준비를 합니다. 지금처럼 인스탄트식품이 많거나 명절 다음날 문여는 식당이나 가게가 없습니다. 며칠씩은 모든 상가들이 문을 닫습니다. 요즘 같은 몇 사람만 사는 핵가족이 아니고 대부분이 농업이 주업인 농경사회에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대가족 사회였기에 한번 모인 숫자도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준비할 양도, 종류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로 상하지 않은 식품종류는 좀더 한가한 시간에 미리 미리 준비하고 만들어 놓습니다.
꿀이 많지 않던 때여서 꿀 대신 엿기름을 통해서 조청을 만들어 놓습니다. 지금은 화공약품으로 대충 만들어 놓은 물엿이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옛날 조청은 식혜처럼 만들어진 물을 가마솥에 넣고 밤새워 아궁이에 적당한 온도로 유지할 수 있도록 땔감을 넣어가며 젓고 저어 내면 점도가 높아지면서 밤색의 조청이 만들어집니다. 그 단계를 더 지나면 나중에 색깔이 하얗게 되어 엿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청을 참깨를 넣고 만들면 참깨강정이 되고, 콩을 볶아서 넣으면 콩강정이 됩니다. 모양새에 맞추어서 자르고 약간온도가 낮은 곳에 놓아두면 작업이 끝납니다. 이 조청이 만들어진 사실을 아는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외출한 사이에 어두컴컴한 골방을 뒤집니다. 처음에 골방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조금 있으면 희미하게 모양들이 보여 집니다. 그리고 대충 감각적으로 단지들의 뚜껑을 하나씩 열어봅니다. 그리고 일단 손끝으로 찍어봅니다. 조총은 향기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분 좋으면 몇 개 열어보면 찾을 수 있는 행운도 따릅니다.
그 조청 단지를 아는 날부터 쥐가 쥐구멍 드나들듯이 심심하면 수저 들고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적은 양을 입에 넣고 나옵니다. 그래도 워낙 많은 양을 해놓았기에 별 차이가 날 이유가 없습니다. 강정을 만드는 날이면 들통 나고 맙니다. 조청단지를 꺼내들고 나와서 강정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많은 양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형제들도 똑같이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보통 2달 전부터 뻥튀기아저씨가 마을마다 돌아다니면서 쌀, 옥수수, 등등의 뻥튀기를 했는데 시골 아낙네들은 뻥튀기 아저씨 옆에서 온종일 자기 순서 타서 기다릴 수 있는 한가한 여건이 안 되니까 커다란 광목자루 몇 개 던져 놓아 둡니다. 그 아저씨 옆에는 순서대로 쌀바가지, 옥수수 바가지, 등등 줄지어 놓여있습니다. 그리고는 동네 어린이들은 자기 어머니가 놓고 간 그릇을 지키고 순서도 기다리며 그곳에 모여 있습니다.
뻥튀기 아저씨는 절대로 자신이 왔다고 동네에 광고하지 않습니다. 동네 어귀에 자리 잡고 소리 없이 불 지피고 기계 돌리다가 자기가 먼저 넣은 쌀 집어넣고 두 번만 튀기면 그 신호음에 따라 어느 덧 설을 준비하는 동네 아낙네들은 서둘러 튀길 것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이미 줄달음쳐 달아나듯이 늦을 새라 소리 나는 그곳으로 뛰어 가버립니다. 긴치마자락에 달리기가 불편한 옛날 우리 어머님들은 아이들을 불러 세워 이것 먼저 들고 가서 순서를 타서 있게 하려고 바쁘게 움직이지만 아이들 귀에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도달하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려 가버리고 뒤통수도 보이지 않습니다.
추운 날씨에 한 두 시간 서있던 아이들은 뻥튀기 기계를 돌리는 아저씨가 압력계를 응시하면서 멈칫 멈칫하면 드디어 "뻥"할 시간이 되었구나를 감지하게 되는 능력이 저절로 생겨집니다.
이때 쯤 되면 아이들은 귀를 두 손으로 막고 몇 걸음 뒤로 달아납니다. 조금 겁이 있는 아이들은 더 멀리 떨어집니다. 약간 얼굴을 긴장하면서도 호기심으로 기계를 붙잡고 큰 철 망태에 기계입구를 넣고 쇠막대기를 돌리려던 순간의 쓰릴(thrill)을 느끼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은지 눈을 감는 아이는 없이 하나같이 그곳을 향해 눈빛을 보냅니다.
뻥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하얀 뭉게구름 피어오르듯 주변을 감춰버린 수증기에 아이들은 다시 빨려들어 옵니다. 그리고 재빠른 아이들은 뻥튀기 담는 철망이 낡아 구멍 뚫린 사이로 새어나온 뻥튀기 몇 알을 주워 먹는 행운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수없이 반복해도 지치지 않고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그곳을 떠날 줄을 모릅니다.
물론 눈치 빠른 아이들은 아저씨 대신 뻥튀기 기계를 돌릴 수 있는 특권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 심정으로는 그것도 꽤나 특권을 얻은 것 같고 재주를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도 갖습니다.
자기 집 순서가 되어 튀밥을 자신의 몸집보다 큰 광목자루 몇 개에를 가득 담아 형제들이 하나씩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음까지도 광목자루에 담긴 내용만큼이나 푸짐합니다. 가득담긴 자루를 들고 집으로 들고 가는 아이들에게는 아침에 섭섭해 했던 어머니 앞에" 어머니, 나도 오늘 은 큰일을 했습니다."라고 눈빛을 보낼 수 있는 당당함을 보태주었습니다.

이제는 보여드릴 어머님이 안계십니다. 그저 서러워 눈물만 날 뿐입니다. 허공에 대고 어머니라고 부르는 습관만 들어버렸습니다.
말없이 많이 너무 많이 참아주셨는데...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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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김경숙님의 댓글
  뻥~ 소리에 귀 막고 다니던 그 어린시절...  이제 제 아이들에게 쌀 튀밥을  튀겨 갔다주는 엄마가 된네요.    넘 좋은 것이 많아  쌀 튀밥을 들 즐겨 먹네요.  뻥~~~ 소리에 귀 막고 그 즐거움을 아이들도 맛보았으면 좋을텐데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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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이선용님의 댓글
  그 시대의 정겨운 모습들이 하나하나 그림처럼 그려지네요어머니를 그리워하시는 목사님의 마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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